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2018. 7. 2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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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되었다. 지금은 그로부터 약 10년 정도 지난 시점이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는 걱정과 교훈은 오늘 날에도 이질감없이 적용되는 것 같다.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지금. 실제로 나는 우스갯 소리로 구글이 개발하는건지 내가 개발하는 건지 구분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코딩 중 막히는 부분이 있거나 궁금하면 구글링을 통해서 해결하고 해소한다. 실제로 구글링을 통해서 풀지 못하는 문제는 거의 없다. 없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내가 문제를 잘못 이해해 검색을 이상하게 했거나 정말 새로운 문제이거나. 물론 전자가 압도적이다.


나는 일을 하며 이상한 경험을 한다. 바로 어제 작성했던 코드도 오늘 볼 때 이해하기 힘들거나 어떻게 작성했는지 잊거나 기억해내기 힘들 때가 있다. 비로소 코드를 한참 동안 봐야 이해가 되곤 한다. 특히 바쁜 와중에 작성하는 코드는 더욱 쉽게 잊었다. 무언가를 분명히 했지만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바쁠 때는 쉽게 실시간으로 요구 사항이 변경된다. 코드에 집중하다 새로운 요구 사항에 오면 기존에 작성했던 코드에 수정을 가해야 한다. 이런 순환이 아주 빠르게 반복되면 집중력이 무너지고 집중해야할 대상이 자주 스위칭되면서 오는 산만함 때문인지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예민해 진다. 코딩은 정신 집약적인 작업이다. 깊게 생각하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프로그래밍 언어로 우리의 논리를 녹여야 하는 작업이다. 더욱 많은 논리가 얽혀 있다면 더욱 사려 깊게 사고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코딩을 할 수 있다. 코딩과 구글링, 변경된 요구사항을 확인하며 기존 코드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번아웃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정신적 탈진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나는 기억력 저하를 경험했고 타인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우리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멀티태스킹으로 정신력을 쏟을 때 정신적 탈진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본인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까지 불안정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앞서 말한 경험은 타인에 의해 생기는 번아웃이지만 우리는 스스로도 이러한 상태를 만들곤 한다. 과도하게 어떤 자극을 필요로 하는 상태를 항상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자극을 찾으며 항상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 생각에는 각 개인에게는 한정된 정신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개인마다 그 크기는 다르겠지만 무언가에 정신을 쏟거나 집중할 때 그 정신력을 소모하게 된다고 느낀다. 내 경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피곤함을 금방 느낀다. 타인을 의식하거나 정신을 쏟게 됨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타인을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나와 같은 경험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타인을 흥미로운 존재나 적어도 타인이 부담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덜 할 것이다. 어쨌든 나는 혼자 조용히 어떤 하나에 집중하게 될 때 정신력을 오래 사용할 수 있음을 느낀다. 재미있게도 나는 이러한 정신력 소모를 스마트폰에서도 느낀다. 새로운 정보를 탐닉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이와 함께 내 정신력도 소모되며 피곤함을 느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거의 보지 않고 최대한 하나에 집중한다. 물론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갈망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작은 정신력을 아끼기 위해서 기꺼이 그 갈망에 저항하고 있다.


뇌는 가소성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가소성이란 사용한데로 최적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유연한 변화가 어떤 개선을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 방법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사고하게 된다면 우리는 점차 특별한 노력없이도 그 특정 방법을 통해서 사고하게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우리는 전 보다 아주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특별한 노력이나 생각없이 우리가 품었던 질문이 종결된다. 궁금하면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검색하면 된다. 한편으로는 찾을 필요도 없다.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깊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잃게 되었다. 우리가 무엇을 얻게 되었다면 반대로 무엇을 잃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저자는 깊이 읽기와 관행은 사라지고 계속 감소하는 소수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는 역사적인 표준으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읽기는 소수의 행위였다는 점과 깊이 읽는 행위의 쇠퇴를 연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책은 여전히 건제할 것이며 소멸의 길을 가더라도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윤리가 우리에게 알려주었던 홀로 고독하게 몰입하는 행위를 거부하고 인터넷이라는 곡예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 처럼 우리가 책으로 느리고 깊게 생각하며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서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는 행위로 바뀐 것에 대해 과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웹 세상에는 정보가 널려있다. 정보는 서로의 관계를 통해서 끊임없이 엮여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정보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깊게 생각할 틈이 없다. 정보에 대한 갈망은 중독과도 같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하루만 멀리하고 있으면 안절부절 초조함을 느낀다. 새로운 정보를 받기만 할 뿐 그것에 대한 평가와 깊은 함의나 통찰을 깨닫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뇌의 가소성 때문에 우리는 아주 빠르게 인터넷 세상에 널려 있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최적화 작업이 되어 있다. 우리는 마치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화된 기계마냥 효율성만 생각하며 빠르게 검색하고 정보를 얻을 뿐이다.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한다. 관심에서 해방되는 일이 우리의 무의식적 사고에 문제에 대해 고심할 시간을 주고, 의식적으로 숙고할 때는 불가능한 정보와 인지 과정을 견뎌낼 수 있게 함을 보였다. 한 실험에 따르면 한동안 어려운 정신적 도전에 대해 관심을 멀리할 경우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한다. 또한 우리가 문제점을 명확하고 의식적으로 정의하기 전까지는 무의식적 사고 과정이 문제 관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마음속에 특정한 지적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의식적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이 주는 자극의 불협화음은 의식적, 무의식적 사고 모두에 합선을 일으켜 깊고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웹에서 읽기란 많은 것의 방해를 받는다. 웹 자체는 무엇인가에 연결이 되어 있다. 그리고 웹을 사용하는 기기는 웹뿐 아니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다. 종이로 이루어진 책이 그 자체로 웹이라는 기술보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 웹은 정말 훌륭한 발명이다. 웹이 부정적인 이유는 역셜적이게도 너무 많은 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빠르게 더 효율적이라는 명목하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세상은 엮여있고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잃는다는 것과 같다. WinWIn이라는 말은 어디선가 LoseLose 라는 말과 같다. 무엇을 우리의 삶에서 덜어내고 제거해야 하는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풍요롭게 사는 오늘 날에 가장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한다.


저자의 우려 속에도 우리는 거스르기 힘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하지만 불가능하다. 단지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면 수정과 보완을 통해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한 자세이다.


*깊이 생각하고 하나의 개념에 몰입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다른 개념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웹과 인터넷을 통해서 빠르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많이 받는 행위는 여러가지를 연결 시키지 못한다. 이것은 경험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복잡계에서 살고 있고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실제로는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빠르게 얻는 많은 지식들은 연결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그저 머릿속을 스처 지나갈 뿐이다. 눈앞에 있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싶다면 빠르게 지식을 얻는 행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아 보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피해가 있을지 정확히 가늠하기는 힘들다.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 원하는 것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갈망과 행동의 괴리가 더 커짐에 따라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사고방식은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세상과 접촉의 빈도를 줄여 소음을 줄이고 신호를 더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 저자는 로마시대 철학자인 세네카를 언급하며 한 구절을 인용한다.

'모든 곳에 있는 것은 아무 곳에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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