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 휴리스틱과 편향

2018. 8. 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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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1은 결과의 개연성을 바꿀 수는 있어도 결과가 일어나는 이유 역할까지는 하지 못하는 '단순한 통계적' 사실들에 직면했을 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어떤 사건의 극단적인(특별하고 희귀해 보이는) 결과들은 대규모 표본들에서보다 소규모 표본들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이러한 설명은 인과관계와 상관없다. 표본이 충분히 많지 않다면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적은 수의 표본으로 파생된 결과는 운에 좌우되기 쉽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는 것의 지속성과 정합성을 과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적은 표본에 대한 연구원들의 과장된 믿음은 후광효과, 즉 우리가 사실상 전혀 모르는 사람을 잘 알고 이해한다는 느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시스템 1은 작은 정보로도 풍부한 이미지를 구축해 사실보다 앞서간다. 이는 과도한 의미를 갖는 현실의 반영을 생산해낸다.(이런 현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으로부터 드는 생각은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학문 이론들 중 상당 수는 허상에 불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이론에 맞지만 어떤 때는 이론에 맞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확증 편향 같은 각종 편향적인 사고로 인해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그 결과에 의해 세워진 이론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어찌보면 이론이란 현실의 반영이라기 보다 인식의 한계나 생각의 산물에 가깝지 않을까?)


훈련받지 않은 눈으로 보는 무작위 현상은 규칙적 패턴이나 무리를 이루려는 경향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무작위 패턴에서 질서와 인과성을 감지하는 데 매우 민첩하고 자동적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직관을 추종할 경우 무작위적 사건을 체계적인 사건으로 잘못 분류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보는 많은 일이 무작위로 일어난다는 믿음을 거부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지나칠 만큼 강하다.


표본 통계들은 인과관계의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수많은 관찰결과들을 낳지만 그러한 설명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사실들은 표본 채집처럼 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운 때문에 생긴 일들을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매물로 나온 집에 대한 최저 가격을 말해 달라는 실험에서 부동산 거래 전문가와 경영대학원생들 두 집단 모두 매도 호가에 따른 닻 내림 효과로 최저 가격을 산출했다. 두 집단 모두 닻 내림 효과를 피할 수 없었지만 차이가 하나 있었다. 학생들은 닻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전문가는 닻 내림 효과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력한 닻 내림 효과는 사람들이 대의명분에 얼마나 기여할지를 결정하는 등 돈과 관련해서 내리는 결정에서 쉽게 목격된다.


우리는 상업적인 세상에서 의도이든 그렇지 않든 닻 내림 효과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협상에서 상대방의 제안이 터무니없다고 생각될 때 자신도 똑같이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 좁히기 어려운 틈새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한바탕 소란을 피우면서 마음에 안 든다며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거나 그러겠다고 위협하고,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지금 제시된 숫자로는 협상을 계속하기 힘들다는 걸 분명히 해둬야 한다. 또한 협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닻에 반하는 주장들이 담긴 기억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시스템 2를 활성화 시키라는 것이다.


점화 연구가 주는 중요한 교훈은 생각과 행동은 우리가 알거나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 순간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협상 테이블이나 중요한 결정에 놓인 숫자가 무엇이든 우리에게 닻 내림 효과를 미친다고 전제해야 한다. 그 현상에 걸려 있는 것이 많다면 닻 내림 효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 자신(시스템 2)을 가동해야 한다.


가용성 편향을 '특정 사례들이 머릿속에 얼마나 쉽게 떠오르느냐' 여부에 따라서 발생 빈도를 판단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례들이 얼마나 많아야 하는지 중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례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도 된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다른 판단 휴리스틱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질문을 쉬운 질문으로 대체한다.


판단에서 가용성 휴리스틱을 피하기 위해서는 통계나 확률같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매번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번거롭다. 그래도 값비싼 대가를 피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결정에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가 직접 평가한 자신의 기여도를 합치니 100퍼센트가 넘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 중 하나는 '가용성 편향' 때문이다. 배우자 모두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노력과 기여를 훨씬 더 분명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며, 가용성의 차이는 판단된 빈도 차이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똑같은 편향에 사로잡힐 때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이 맡은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했는데도 다른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여와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된다. 물론 당신이 실제로 해야 될 분량 이상의 일을 할 때가 종종 있겠지만, 다른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명심하라.


자기 평가는 사례들이 머릿속에 얼마나 쉽게 떠오르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사례들을 능숙하게 머릿속에 떠올리는 경험이 머릿속에 떠올린 사례의 건수보다 중요했다. 생각하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가용성 편향은 시스템 1 휴리스틱이다. 이것은 시스템 2의 개입 강도가 증가할 때 내용에 대한 집중으로 대체된다.(가용성 편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말)


가용성 편향에 쉽게 영향을 받는 순간들

  • 동시에 또 다른 노력이 수반되는 일에 참가할 때(멀티태스킹)
  • 방금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기분 좋을 때
  • 우울 정도가 낮을 때
  • 전문가와 달리 과제의 주제 정도만 알고 있는 신참일 때
  • 직관을 크게 신뢰할 때
  • 강력할 때(강력하다고 믿을 떄)


이례적인 사건들을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결과적으로 실제 발생 빈도보다 더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간주된다.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세계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즉 사건의 발생 빈도에 대한 우리의 예상은 우리가 노출되는 메시지의 영향력과 감정적인 강도로 인해 왜곡된다. 테러에 의한 사망을 독감에 의한 사망보다 더 빈도가 높다고 착각한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다른 맥락에서 말했듯 "감정이란 꼬리가 합리적인 개의 몸통을 흔드는 식이다." 감정 휴리스틱은 현실보다 훨씬 더 정돈된 세상을 창조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단순화시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상상의 세계에서 좋은 기술들은 거의 비용을 초래하지 않고, 나쁜 기술들은 아무 혜택도 주지 않으며, 모든 결정은 내리기 쉽다. 물론 현실 속에서는 종종 혜택과 비용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등가 교환에 직면한다.


선스타인은 위험에 대한 편향적 반응은 공공 정책의 우선순위를 변덕스럽고 부적절하게 책정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편향들이 정책으로 흘러 들어가는 메커니즘에 '가용성 폭포'라는 명칭을 붙였다. 빈도가 높진 않지만 기삿거리화된 현상들이 감정 휴리스틱에 따라 편향되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정치적으로도 중요해지며, 정치 시스템의 반응은 대중의 감정적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면 가용성 폭포가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한다. 이 외의 다른 위험과 자원 등 공익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다른 방식들은 모두 뒤로 밀려난다.


가용성 폭포는 엄연한 사실이고, 그들은 분명 공공자원 할당의 우선순위를 왜곡한다. 선스타인은 의사결정자들이 대중의 압력을 피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모든 위험과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가진 공정한 전문가들이 자원 할당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모색할 것이다. 슬로빅은 선스타인보다 전문가를 덜 신뢰하는 반면 대중을 더 신뢰한다. 그는 전문가를 대중의 감정으로부터 격리할 경우,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전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 대중이 거부하는 정책이 생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두 사람의 주장은 모두 훌륭하고 타당성이 있으며 나는 두 의견에 모두 동의한다. 심리학은 전문가들의 지식과 대중의 감정 및 직관을 아우르는 위험 정책들의 설계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판단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사건들의 상대적 빈도를 기저율이라 한다. 의사결정에서 기저율은 매우 중요한 정보인데 때로 우리는 기저율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개인을 생각할 때 특정 집단의 전형적 인물과의 유사성을 생각하는 순간 기저율은 무시된다.


기저율과 묘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을 모두 무시하면서 '대표성'이라고 부르는 고정관념과 묘사의 유사성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확률을 묻는 어려운 질문을 유사성을 묻는 쉬운 질문으로 대체한다. 이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유사성과 확률의 판단들은 똑같은 논리적 규칙에 구속받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성의 판단이 기저율뿐 아니라 묘사가 부정확할 가능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있지만, 기저율과 확률 평가에서 증거의 신뢰성을 무시하는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법정에서 이러한 편향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보라.


논리학자와 통계학자는 경쟁적으로 확률을 정의해왔는데, 그들이 내린 정의들은 모두 매우 뚜렷하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확률은 불확실성, 경향, 타당성, 놀라움과 연관된 모호한 개념일 뿐이다. 우리는 확률에 대한 평가를 내리려 할 때 우리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쉬운 질문인 유사성에 대한 평가로 대체하곤 한다. 시스템 1이 의도 없이도 유사성이란 인상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표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떠올리고 대표성과 가장 유사한 대안들을 탐색하고 매칭하여 이를 토대로 확률(실제로는 유사성)을 판단한다. 머니볼이 이러한 편향에서 벗어난 사례이다. 야구 선수로써 좋은 체격과 개인적 이미지를 무시하고 그들의 데이터로만 판단하여 팀을 구성하여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표성의 판단을 결정하는 고정관념은 어느 정도 옳으며, 이러한 휴리스틱을 따라 내린 예측들은 정확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휴리스틱이 어느 정도 타당하더라도 거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면 통계논리를 위반하는 심각한 죄를 짓게 된다. 대표성이 저지를 수 있는 한 가지 죄는 발생가능성(기저율)이 낮은 사건들의 발생 빈도를 예측하려는 과욕이다. 두번 째 죄는 증거의 질에 대한 무감각이다.


증거의 신뢰성을 의심할 때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뿐이다. 확률 판단을 기저율에 가깝게 머물게 하는 것. 이런 원칙 훈련은 결코 쉽지 않다. 엄청난 양의 자기 관찰과 통제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확률을 계산할 때 직관에서 벗어나는 원칙 두 가지가 있다.

  • 타당한 기저율에 근거해 결과가 나올 확률을 판단하라.
  • 증거의 진단성에 질문을 제기하라.
두 가지 사건의 결합이 여러 사건 중 하나의 사건에 비해 더 발생 확률이 높다고 판단할 때 저지르는 결합 오류. 확률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에서의 잘못된 판단은 대표성(고정관념과의 유사성)의 판단과 정확히 일치한다. 대표성은 함께 생길 가능성이 있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기본 평가들의 무리에 속한다. 가장 대표성 있는 결과들은 성격 묘사와 결합해 가장 정합적인 이야기를 생산해낸다. 가장 정합적 이야기가 반드시 가장 개연성 있는 이야기일 필요는 없지만 그들은 타당성이 있으며, 부주의한 사람들은 정합성, 타당성, 개연성이라는 개념들을 쉽게 혼동한다. 이야기가 예측적 도구로 사용될 때 개연성을 타당성으로 무비판적으로 대체하면 판단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여기서 타당성이란 그럴듯해보이는 느낌의 정도인 설득력을 말한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일수록 개연성(확률)은 높지만 타당성(설득력)은 낮아진다. 구체적이고 제한될수록 개연성(확률)은 낮지만 타당성(설득력)은 높아진다. 구체적 내용이 첨가되면 시나리오는 설득력 있게 보이지만 실제 발생 확률은 더 낮아진다. 반대로 확률이 아닌 타당성과 적합성의 평가는 개연성 문제를 제안하거나 답을 주지 못한다. 경쟁하는 직관이 없으면 논리가 이긴다.


두 가지 종류의 기저율이 있다. 통계적 기저율이란 특정 사례가 속한 집단에 관한 사실이지만 개별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인과적 기저율이다. 이것은 개별 사례가 발생한 데 관한 당신의 관점을 바꿔준다. 이 두가지 기저율 정보는 다음과 같이 서로 다른 취급을 받는다. 통계적 기저율은 일반적으로 과소평가된다. 가끔은 당면한 사례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통계적 기저율은 전적으로 무시되기도 한다. 인과적 기저율은 개별 사례에 대한 정보로 취급되고, 다른 구체적 사례별 정보와 쉽게 통합된다.


인과적 기저율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수정해준다. 고정관념은 일반적으로 나쁜 단어로 간주되지만 여기서는 중립적 의미로 사용했다. 시스템 1의 기본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범주들을 기준과 전형적인 모범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범주에 속한 하나 이상의 일반적인 구성원의 묘사를 간직한다. 여기서 고정관념이란 모범관념, 대표관념이라는 말과 같다.


기저율은 사례들이 수집된 총체에 대한 순전히 통계적인 사실일 뿐이다. 시스템 1은 여러 요인이 인과적으로 연결된 이야기들을 다룰 수 있지만 통계적 추론에서는 약점을 보인다.


평균으로 회귀라는 개념은 극단적인 사건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균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우리가 살면서 접하게 되는 피드백이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회귀적 예측은 합리적이지만 정확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평균에서 벗어난 희귀 사건이 평균으로 되돌아올 시간과 빈도가 충분하지 않다면 연속적인 행운 혹은 불운으로 인해 평균에서 벗어난 상태만 본다. 회귀 효과는 어디서나 눈에 뛴다. 이 현상에 대한 인과적 설명은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기 때문에 그럴싸한 이야기와 함께 따라다닌다. 회귀 효과는 인과관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이것은 운이 평균을 벗어나게 만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반증하는 필연적 결과이다. 누구나 명확한 인과관계를 선호하므로 이런 설명이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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