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은 실제가 아니다.

2018. 10. 28. 13:14

반응형

이 책은 카를로 로벨리라는 이론 물리학자가 쓴 책으로 물리학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들려주는 과학이야기이다. 책은 시와 같이 아름답게 써내려간 문체가 돋보인다. 아마 번역을 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리학의 복잡한 논리를 설명하려 하기 보다는 과학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노력을 담아낸 책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오늘 날에 도달하는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매료될 것이다. 물리학은 그 자체로 아주 어렵고 복잡한 학문이지만 그 복잡한 방정식이 제시하는 세상은 아주 단순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학이라는 도구를 모두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름다움. 우리는 이성과 합리성에 사로잡혀 세상을 그런 도구를 통해서 바라보지만 실제로 놀라운 발견을 했던 사람들은 아름다움, 다시 말해 미적 감각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봤던 사람들이다. 우리 스스로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무지에 대한 깨달음은 사람들을 겸손하게 만들면서 끊임없는 탐구와 더 나은 대안들을 탐색하는데 멈추지 않는다.


인간은 스스로를 중심에 놓고 세상을 보듯이 우주 역시 인류와 지구를 중심에 놓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저자는 물리학을 통해서 우리는 더 많은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어 준다. 더 멀리 더 넓은 더 진실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과 같다.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며 그것에 주의를 빼앗기고 창문 너머를 바라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듯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공간과 시간은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한마디로 아름답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인정을 받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난 자연이 주는 위대함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작고 미세한 존재이며 위대한 존재는 따로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 그 자체이고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이 제시하는 세계의 이해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발견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코페르니우스의 복잡한 계산을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구의 모든 생물들이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발견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윈이 쓴 책의 복잡한 논증들을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과학이란 점점 더 넓은 관점으로 세계를 읽는 일이니까요.


과학이 힘은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실제의 새로운 영역을 밝혀내고 세계에 대한 새롭고 더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예지적 능력에 있습니다. 이러한 모험은 축적된 지식 전체에 의존하지만, 그 모험의 정수는 변화입니다. 더 멀리 보세요. 세계는 끝이 없고 무지갯빛입니다. 우리는 가서 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세계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푹 빠져있고, 언덕 너머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이 있습니다. 우리가 광대한 무지의 심연 위에 매달려 불안정과 불확실 속에 있다는 사실이 삶을 헛되고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삶을 더 소중한 것으로 만들죠.


자연은 끊임없이 형식과 구조를 실험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동물들처럼 무궁한 시간에 걸친 무작위의 우연한 선택의 산물입니다. 우리의 삶은 원자들의 조합이며, 우리의 생각은 미세한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의 꿈은 원자들의 산물입니다.


미래의 발전은 나의 생각 중 많은 부분이 깨지고 핵심적인 부분만 남아서 후손들의 훌륭한 통찰에 힘입은 훌륭한 발견에 더 붙여지길 바란다. 그러므로 나의 생각이 진리가 되지 않고 수정되고 기각되길 바란다. 그것은 미래에 더 훌륭하게 발전하고 보다 더 광할한 아름다움을 느끼길 희망하고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구와 목표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행복과 아름다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경외감을 얻고자 살고 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지만 돈을 모으려는 행위로부터 고통을 받고 행복을 위협 받는다면 우리의 행동을 재고해봐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 경계를 쉽게 구분해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 지속되는 고통에 내성되어 고통이 삶 그자체로 변질되어 버린다. 이 때가 목표와 도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이다. 잠깐의 고통을 감수하고 미래의 행복을 구하려는 행위는 얼핏보면 타당해 보이지만 언제까지 고통을 감수할지 정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고통을 감수하다가 결국 그 고통스러운 삶이 전부가 되어버린다.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자라기  (0) 2019.03.02
현대의 탄생  (0) 2018.11.07
생각에 관한 생각 - 휴리스틱과 편향  (0) 2018.08.18
생각에 관한 생각 - 두 가지 시스템  (0) 2018.08.16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0) 2018.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