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역설

2016. 12. 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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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역설 - 니나 타이솔스 지음


MBC스페셜에서 방영한 지방의 누명을 보고 읽었던 책이다. 방송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지방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엎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싸이클이란 운동으로 비교적 낮은 몸무게를 유지했던 내게는 유행처럼 지나가는 식이다이어트는 내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었다. 단순히 먹는 칼로리보다 사용하는 칼로리가 많으면 당연히 살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해왔으며 내가 직접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게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최고의 다이어트일 것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방송을 시청한 나는 방송을 보는 내내 보고도 믿지 못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먹는 양에 비해 적게 운동하면서도 몸무게를 믿지 못할 정도로 감량했다는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각종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서적 중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 바로 '지방의 역설'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지방의 유익성이 아니다. 적어도 영양학에서는 의사들과 학자들이 과학을 과학적이기보다 정치적으로 접근해왔다는 점과 선택편향에 빠진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 연구결과를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 등등.. 

인간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곳에서 실험동물과 같이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실험할 수는 없다. 인권적으로도 문제가 되겠지만 자본주의가 만연한 지금 인권보다 더 큰 문제는 돈 문제가 되겠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금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정부와 돈 많은 산업체 뿐이다. 영양학의 선두주자였던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돈을 갈망하는 식품산업의 탐욕이 하모니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요인은 영양학 연구의 한계에 있다. 사람들의 환경, 유전적 영향, 운동같은 생활 습관처럼 식습관 외에 너무나 많은 여러 요소가 관여하는 우리의 몸은 하나의 요소만을 통해서 결과를 돌출하기 힘들다. 하지만 몇몇의 학자들을 시작으로 너무 쉽게 우리의 마음속에 지방에 대한 공포심을 심었다. 이렇게 만든 요인은 아마 무지가 아닌가 싶다. 무지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기 때문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도 그럴듯해 보이면 너무 쉽게 믿기 마련이다. 지방이 그랬다. 심장병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심장질환의 요인을 찾아내야 했던 학자들은 섣부른 의심을 했고 그 의심은 타당한 근거가 갖춰지기 전에 결론이 되었다. 지방이 나쁘다는 결과에 반대되는 연구들도 많았지만 뿌리깊은 잘못된 믿음은 학자라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자기검증을 버리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믿었고 거짓은 진실이 되었다. 사피엔스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면 진실이 되고 실체가 된다는 내용이다. 지방의 역설은 아주 집요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지방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믿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지방을 왜 두려워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고지방식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사람보다는 지방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과학적으로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지방은 지금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분명한 것은 지방에 대해서 그 어떤 완전한 연구결과도 없다는 것이다. 더 분명한 것은 지방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 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우리가 아직도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무지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천동설을 믿었던 시절을 보는 우리의 시점처럼 지방이 나쁘다고 생각했던 현재를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이 상상된다.


고지방식으로 유명한 양준상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옮긴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고지방식에 관한 자료를 많이 공유하고 계셨던 분이기 때문이다. 지방에 대한 더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려면 이 분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찾아보면 된다.


지방의 역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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