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좋은 게 좋을까

2018. 7. 15. 13:17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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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거지같은 얘기가 자꾸 회자되는 이유에 대해서 나름 생각해보자면 좋은 것에 대한 대가를 사람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대가는 느리게 다가오며 시간 차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것에 대한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쉽게 가질 수 없어 보인다.


더 많은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는 것. 더 많이 아는 게 좋기 때문에 알기 위해서 더 많은 기술을 도입해보고 경험을 얻으려는 행위는 매우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 대가, 그러니까 더 많은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생기는 피해는 잘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것과 하려는 것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다. 대가가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더 큰 위기와 고통을 유발한다는 것이며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어 있다.


무엇을 추가할지 아니면 반대로 덜어낼지에 대한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확실한 점은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린 반대되는 양쪽의 개념을 가지고 상황에 따라서 이 두 가지의 상반된 개념을 저울질하여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미묘한 균형과 긴장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하나의 절대적인 생각과 이론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예외라는 아주 이례적인 사건에서 큰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자신의 머리에 담아둘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믿는다는 것은 내가 진보이자 동시에 보수라는 말과 같고 천동설을 믿으며 동시에 지동설을 믿는다는 얘기와 같다. 대신에 나 자신과 상반된 견해를 가진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다. 이로써 균형을 맞추고 상황에 따른 더 나은 대안, 절충안, 합의에 이룰 수 있다.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쉽지 않다. 감정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배려하고 개인적 성취보다 공동의 목표에 집중해야 가능하다. 또한 우리는 나 자신과 같은 생각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더 편애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근본적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많은 결함을 이해하고 수정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잘못을 수정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을 때 먼저 해야 할 일은 잘못을 인지하는 것이다.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나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남의 잘못만 보게 된다. 잘한 일은 나의 성과고 잘못 된 일은 불운에 따른 결과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반대여야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해야 한다. 우리의 불완전함과 결함에 대한 인지가 스스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는 오늘 날에는 이러한 생각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 같다. 개인주의 자체는 존중하지만 개인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본인의 문제는 무시하거나 아예 인지조차 못한채 타인의 문제만 부각시키고 피해를 입히는 행위가 우려스럽다.


이 짧은 생각은 기술자로써 많은 기술을 도입하고 싶은 유혹에 앞서 어떤 함정이 존재하는지 고찰하는 시간을 통해 얻은 일련의 생각들을 적었다. 더 많이 알고 싶은 것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유익한 감정이지만 그곳에는 함정들도 존재한다. 욕심은 동기부여에 아주 좋은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선을 넘으면 눈을 멀게 만든다. 그 선이 정확히 어딘지 객관적으로 정할 수 없지만 경험적으로 느낄 수는 있다. 이게 바로 이론(수학,과학 등)보다 경험(인문,철학 등)에 더 가중치를 두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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