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2017. 1. 19. 23:21

반응형

면역에 관하여 - 율라 비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말하기전에 이 책에 대한 아쉬움 부터 말하고 싶다. 


외국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책이라고 한다. 작가 특유의 은유와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가지고 있는 많은 고뇌가 다양한 감정으로 담겨있는 책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로 오면서 그 특유의 감성을 미처 담지 못하고 온 듯 싶다.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영어체로 직역한 듯한 문장이 있을 때 마다 내용을 쉽게 이해 할 수 없어 집중하기 힘들었고 책장을 넘기다가 작가만의 감각이 느껴졌을 글들이 얼핏얼핏 보였을 때 더욱 아쉬움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번역이라는 장벽에 우리나라 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힘든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있는 '옮긴이의 말'을 보고서는 옮긴이가 살짝 얄밉게 느껴졌다. 이 책을 영문으로 저자의 감정을 온전하게 혼자 느낀것만 같아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옮긴이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내용들을 '옮긴이의 말'에서 함축적으로 잘 표현 하였기에 얄밉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이 아쉬움은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다. 옮긴이의 경력으로 보아 많은 경험과 고민 속에서 번역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은 채로 책장을 덮었기에 투덜거림으로 책 리뷰를 시작해보았다.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백신접종을 옹호하는지 아닌지 알기 힘들다. 그것은 아마 저자가 다양한 관점에서 백신을 바라보고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특히 서로 다른 관점, 그러니까 보통의 어머니들과 다르지 않은 아이의 어머니로서 관점과 막연한 믿음에 대해 의심하고 의문을 품은 저널리스트의 관점이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의 어머니로서 백신은 무언가 못미덥게 느껴진다. 하지만 저널리스트 관점에서 이 믿음이 과연 합리적이고 근거가 타당한지 의심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어머니의 관점. 아이를 자연분만 하다가 목숨이 위험한 순간까지 갔던 환자의 관점, 의사인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속에서 들여다 보는 관점. 많은 서적과 신화, 드라큘라 같은 이야기속에서 보는 관점. 전문가들과 그들의 자료속에서 보는 관점. 이러한 다양한 관점은 면역이란 주제를 다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아이를 위한 결정의 갈림길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보고 있을 때면 그녀가 다른 어머니들과 다르지 않게 고민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이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어느 어머니들과 다름 없어 보이는 저자가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저널리스트로서 개인이 가진 의문들을 끝까지 파악하려는 탐사 정신이 보인다. 이것들은 저자의 경험과 결합되어 책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흩뿌린다. 


최근에 백신접종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하여 백신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고 이로인해 아이에게도 백신접종을 하지 않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저자도 같은 고민을 했다. 백신 접종이 좋은지 아닌지. 다양한 관점에서 봐라봤던 저자는 이러한 고민속에서 하나의 의견에 다가간다. 그리고 저자는 어찌보면 이런 진부한 논쟁속에서 우리가 잊고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를 여러 관점에서 꺼낸다. 그것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소득이 높은 가정에서 백신 접종을 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예전에는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홍역과 백일해같은 질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질병이 차츰 사라져서 개인의 일상에서는 질병을 느끼지 못할 때 우리가 아무 의심없이 수용하던 백신을 의심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 많은 정보들이 생산되는 세상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심지어 거짓된 정보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 알게되는 정보들은 우리의 두려움을 쉽게 자극하여 아무런 의심도 없이 믿게 만든다. 또한 과장해서 느낀다. 이러한 현상속에서 백신에 대한 의심과 거짓된 정보, 잘못된 믿음들이 백신을 두려워하는 톱니바퀴를 형성하면서 백신을 배척하는 엔진이 되었다. 백신에 대한 거부감은 두려움에서 피상적으로 피어난 검증되지 않은 막연한 믿음을 품었다.


백신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입각한 행위지만 이러한 행위가 낳는 결과는 개인이 속한 집단을 위태롭게 만든다. 결국 개인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서 일정 수준 이하로 접종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백신이 효력을 발휘하는 임계점을 지나 우리는 모두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접종을 했든 안했든 어떤 방식으로든지 모든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라는 마지막 장의 제목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우리가 항상 당연시해왔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 도움에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많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연시 해왔던 것들은 당연하지 않으며 필수적이다. 우리는 개인으로서 완벽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서로가 더욱 필요하다.


우리가 사회적 몸을 무엇으로 여기기로 선택하든,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지방의 역설을 읽고나서 들었던 같은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우리가 알게된 정보를 어떻게 한 개인이 검증할 수 있느냐는 것과 검증하지 못하면 어떤 것을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다. 검증의 영역은 한 개인에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진다. 한 개인에게는 그저 기호의 문제가 될 뿐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한 힘을 부여받은 무력함의 상태를 느낀다. 나는 많은 정보라는 힘을 얻었지만 그것이 너무 많은 것과 결합되고 연결되어 부여받은 힘으로는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믿음의 문제는 어떠한가.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면 합리적이기 보다는 나의 경험과 나와 가까운 주변 상황들에서 그 정보를 믿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역설적이게도 합리적인 정보를 가지고 대립되는 믿음 속에서 하나의 믿음을 선택하려고 하면 비합리적인 요소들로 믿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대게 여기서 자신은 매우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착각한다. 어쨌든 나는 여기서 혼란을 느낀다. 합리적이라 생각했던 결정이 마치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오면 믿고 뒷면이 나오면 믿지 않는 방법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되지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내가 틀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성과 감성이 서로 공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때로는 하모니를 이루고 때로는 대립하며 마치 내안의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을 말이다.


대립되는 논란 속에서 다수가 믿는 믿음과 소수가 믿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믿음의 양으로 믿음을 정할 수 없다. 다수가 믿었던 믿음은 미래에는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와 과거가 증명해준다. 


아래의 내용은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모은 것이다.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프트웨어 세계화  (0) 2017.01.29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Who owns the future?  (0) 2017.01.24
메시( MESSI) - 팀 하포드  (0) 2016.12.29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0) 2016.12.17
지방의 역설을 다시 읽고 나서  (0) 2016.12.12